1. 자신만의 스타일로 기록하기
사진을 찍는 주체는 누구일까요? 카메라? 손가락? 눈? 주체는 바로 여러분입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카메라와 렌즈 그리고 여러 액세서리가 필요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찍는 사람의 생각, 사진가의 고유한 스타일입니다. 자신의 스타일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찍어온 사진을 모두 모아 놓고 어떤 종류의 사진이 많은지를 파악해 보면 됩니다. 와이드 앵글 vs 클로즈업, 밝은 이미지 vs 어두운 이미지, 풍경사진 vs 인물사진, 하이앵글 vs 로우앵글 등 수많은 사진을 분류해 보면 자신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스타일은 분위기와 사진적 테크닉, 색조와 톤의 사용방법, 프레임의 구성 등에 의하여 결정됩니다. 카메라나 렌즈의 여러 가지 기계적인 조작 또한 스타일에 영향을 미칩니다. 필자는 오랫동안 캐논의 TS렌즈를 이용해서 아시아의 각 도시를 미니어쳐 스타일로 기록해 왔습니다. 높은 빌딩이나 전망대에서 TS렌즈로 촬영한 사진을 보면 거대한 도심이 마치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소도시처럼 보입니다. 전망대에 올라가서 단지 “왔노라, 보았노라, 찍었노라.” 식으로 셔터를 누르는 것보다는 일관된 스타일로 테마가 있는 여행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여러분의 실력을 한 단계 높여줍니다.
Canon EOS 5D Mark III | TS-E 45mm f/2.8 | 45mm | F5 | 1/640sec | ISO - 100
Canon EOS 5D Mark III | TS-E 45mm f/2.8 | 45mm | F5 | 1/500sec | ISO - 100
TS 렌즈는 Tilt& Shift Lens의 약자로 대형카메라에서 사용되는 Tilt & Shift의 효과를 우리가 사용하는 DSLR 카메라에 적용할 수 있는 렌즈입니다. Tilt(틸트)는 수직관계인 렌즈의 광축과 카메라의 초점면을 변화시켜 초점면 확산 및 축소를 사진가의 의도대로 연출 가능합니다. 첫 번째 사진은 도심에 펼쳐진 도쿄 스카이트리의 그림자에 두 번째 사진은 축구경기가 한창인 운동장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는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해서 도쿄 도심을 마치 장난감 도시처럼 표현했습니다. TS렌즈가 없더라도 요즘 나오는 캐논의 70D, 100D, 650D 등의 카메라에 TS기능을 표현해 주는 픽쳐스타일이 내장되어 있어서 TS렌즈를 사용하지 않고도 비슷한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일반 렌즈를 사용하더라도 미니어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높은 곳에서 촬영해야 합니다. 실제로 사람이나 자동차 같은 피사체가 미니어쳐처럼 작게 보이는 높은 장소에서 45도 각도로 촬영했을 때 좋은 결과를 보여 줍니다.
CanonEOS 5D Mark III | TS-E 45mm f/2.8 | 45mm | F13 | 1/160sec | ISO - 200
Canon EOS 5D Mark III | TS-E 45mm f/2.8 | 45mm | F4.5 | 1/800sec | ISO - 100
천수각에서 바라본 오사카 성 공원 풍경입니다. 표준 화각과 비슷한 45mm의 화각이 별다른 왜곡 없이 편안한 시각을 제공해 줍니다. 두 사진 모두 똑같은 45mm TS를 렌즈로 촬영했지만, 틸트(Tilt).쉬프트(Shift) 효과를 적용한 사진과 그렇지 않은 사진은 확연한 차이를 보여 줍니다.
2. 결정적 피사체, 결정적 순간
지난 2004년 타계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은 ‘결정적인 순간’이라는 용어를 창시한 사진계의 신화 같은 존재입니다.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란 어떤 행동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을 고정시키는 완벽한 타이밍의 감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과 기다림 그리고 지각력이 필요한데, 이를 통해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절대적입니다. 결정적 순간이 타이밍의 감각이라면, 결정적 피사체는 지각력의 결과물입니다. 전망대에 올라 도심을 바라보면 대부분 전경만 포착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사진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그곳에서 뛰어난 지각력으로 결정적 피사체를 찾아내어 프레임의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Canon EOS 5D Mark III | EF 70-200mm f/2.8 L II USM | 125mm | F13 | 1/400sec | ISO - 400
Canon EOS 5D Mark III | EF 70-200mm f/2.8 L II USM | 175mm | F13 | 1/500sec | ISO - 250
프레임에서 콩알만한 비행기, 다리를 건너는 차들과 대비되는 유람선.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작은 피사체가 있고 없고에 따라서 사진의 퀄러티는 180도 달라집니다. 고수와 하수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 결정적인 피사체를 인지하고 기다려서 포착하데 있습니다. 지각력을 키우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남의 사진을 많이 보는 것입니다. 사진의 시작은 모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타인의 좋은 사진은 초보자에게 훌륭한 교과서가 됩니다. 지금껏 필자가 본 사진집만 수백 권은 족히 넘을 것입니다. 또한, 날마다 세계 전역에서 쏟아지는 수백 컷의 이미지와 씨름하며 살고 있습니다. 지각력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습니다. 좋은 사진을 자주 보고 생각하며 분석하면서 이미지에 대한 감각을 높여 나가야 합니다. 물론 단 한 번에 완벽한 작품을 얻기는 어렵겠지만, 그렇게 여러분의 지각력은 높아지고 세상을 보는 시각 또한 한 단계, 또 한 단계씩 점점 올라갈 것입니다.
Canon EOS 5D Mark III | EF 70-200mm f/2.8 L II USM | 200mm | F8 | 1/400sec | ISO - 100
천수각에서 공원을 바라보니 조깅하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뛰는 방향을 보고 장소를 예측한 다음 정확하게 피사체가 원하는 곳에 들어왔을 때 카메라의 셔터는 경쾌하게 울렸습니다. 인위적 가공이 전혀 없이 사진가의 직관력이 들어맞는 순간이었습니다.
Canon EOS 5D Mark III | EF 70-200mm f/2.8 L II USM | 140mm | F5.6 | 1/250sec | ISO - 200
어두운 도심 가운데 두 줄기 빛이 멋들어지게 흘렀습니다. 광선 위에 서 있는 두 사람이 나머지 어두운 부분과 확연히 대비됩니다. 사진가는 콘도르의 눈을 가져야 합니다. 피사체의 특이한 부분을 발견하고 신속한 상황판단을 통해 카메라를 들어 올리는 순발력을 지녀야 합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사진가의 지각력(Awareness)에 달려 있습니다. 쉽게 인지하기 어려운 아주 작은 두 사람이지만, 사소한 피사체가 평범한 이미지를 특별함으로 바꿔 놓는 것입니다.
- 작가소개 -
사진가 조성준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공했다. 두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현재 프리랜서 외신기자로 블룸버그 통신, 월스트리트 저널, 론리 플래닛 등 해외 매체에 사진을 기고하고 있다. 홈페이지 www.sjcho.com에서 그의 사진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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